박쥐의 비유 - 청정도론 제21장에서

91. 박쥐 한 마리가 있었다고 한다. 그는 여기서 열매나 꽃을 얻을 수 있으리라 생각하고 다섯 개의 큰 가지가 뻗어있는 마두까 나무에 내려앉아 가지 하나를 조사했지만 그곳에서 취할만한 꽃이나 열매라곤 아무것도 발견하지 못했다. 첫 번째 가지마냥 두 번째 가지, 세 번째, 네 번째, 다섯 번째 가지를 조사했지만 아무것도 발견하지 못했다. 박쥐는 ‘이 나무엔 열매가 없구나. 취할만한 것이라곤 아무것도 없구나.’라고 생각한 뒤 그 나무에 대한 집착을 놓아버렸다. 그는 위로 쭉 뻗은 가지에 올라 나뭇가지 틈새로 머리를 내밀고 위를 올려다본 뒤 허공을 날아올라 열매가 달린 다른 나무에 내려앉았다.

92. 여기서 수행자는 박쥐와 같다고 보아야 한다. 집착의 대상인 다섯 가지 무더기들(五蘊)은 다섯 개의 가지가 뻗어있는 마두까 나무처럼 보아야 한다. 수행자가 다섯 가지 무더기들에 대해 천착하는 것은 박쥐가 나무에 내려앉는 것처럼 보아야 한다. 수행자가 물질의 무더기를 명상한 뒤 그곳에서 취할만한 것이라곤 아무것도 보지 못하고 나머지 무더기들을 명상하는 것은 박쥐가 각각의 가지를 조사한 뒤 가질만한 것이라곤 아무것도 보지 못하는 것처럼 보아야 한다.
수행자가 다섯 가지 무더기들에 대해 무상 등의 특상을 통해 봄으로써 역겨워하여 해탈하기를 원하는 등의 세 가지 지혜는 그 박쥐가 ‘이 나무에는 열매가 없구나’라고 생각하여 나무에 대한 집착을 놓아버리는 것처럼 보아야 한다.
수행자의 수순하는 지혜와 고뜨라부의 지혜는는 박쥐가 쭉 뻗은 가지 위로 올라가는 것처럼 보아야 한다. 고뜨라부(種姓)의 지혜는 머리를 내밀고 위를 올려다보는 것처럼 보아야 한다. 도의 지혜는 허공으로 날아가는 것처럼, 과의 지혜는 열매가 달린 다른 나무에 내려앉는 것처럼 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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